학생 저널 1

중국, 세계의 공장을 가다.

박고운 (2012 BC MBA Candidate)

 

5월 18일, 새벽 같이 일어나 홍콩에서 광저우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중국 본토를 2번 방문할 예정이다. 그 첫번째가 중국의 풍부하고도 저렴한 노동력이 세계의 기업을 불러모으고 있는 중국 남부의 광저우 지방이다. 광저우와 상하이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내 이야기에, 중국 친구들은 “너는 중국의 2가지 얼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바로 오늘이, 어느새 세계 경제와 무역을 좌지우지하는 “신세력”으로 급성장한 중국의 화려한 모습 뒤에 가려진, 혹은 화려한 오늘을 가능하게 한, “세계의 공장 중국(Factory, China)”을 보게 되는 날이다. 홍콩에서 광저우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려서 국경 지역에 이르러, 나름의 출국 심사를 받는, 다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리가 오늘 방문하게 될 Nam Wah Watch Factory와 Puibright Shoe Factory는 모두 광저우의 심천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여권 검사를 받고, 국경(홍콩은 이제 중국 속이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국경은 아니지만)을 지나서도 또 한참을 달려서 우리는 공장이 위치한 지역 안으로 들어섰다. 도로가 비포장 흙도로로 바뀌고, 낡은 2-3층짜리 건물들이 넓지 않은 도로 옆으로 늘어서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버스를 기다리는 젊은 노동자인듯 한 청년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조금 더 달리니, 햇볕이 따갑고 먼지가 날리는 건축공사현장에서 사람들이 장비를 이용해서 열심히 땅에 뭔가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자욱한 공사현장의 먼지 속을, 아이들 목마를 태우고 가는 아버지와 프릴이 달린 핑크색 블라우스를 차려 입은 아가씨가 각각 걸어간다. 지금은 오전, 점심도 되기 전인데, 저들은 모처럼 휴가라도 받 것일까. 아버지의 마음과, 젊음을 즐기고 싶은 마음은 땀과 노동의 냄새가 역력히 나는 이곳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일하다가 멈추어서 외국인을 잔뜩 채운 버스를 신기하고도 의아하게 쳐다보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낡은 직원 아파트 발코니마다 걸린 색색가지 빨래들도 눈에 들어온다. 누군가에게는 바쁜 일상이자 고된 노동의 장소일 곳으로 관광 버스를 타고 들어온 우리 모습이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심천 지역에 위치한Nam Wah Watch Factory는 Timex와 함께 Nam Wah Watch Factory가 함께 세운 Joint Venture다. 시침과 초침이 달려있는 무브먼트(movement) 파트를 제외한 Timex 시계의 나머지 부품이 모두 이곳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시계 공장을 둘러보기 전에, 기업에 대한 소개를 기업측에서 준비한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들을 수 있었다… (중략)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시계 제조 및 수출”이라는 작은 산업 분야를 통해 들여다보는 시간은,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생생한 케이스 스터디 수업 같았다. 들었던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흥미로왔던 부분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도 값싼 노동력으로 유명한 이 지역이 노동력의 이탈과 임금의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생산환경의 변화 이면에는 중국 정부가 새롭게 실시한 최저 임금 일제 상승과 기업 복지 관련 정책의 강화 등이 있다고 한다.

 

사실, 이 이야기는 Nam Wah Watch Factory이후, 같은 날 방문한 Puibright Shoe Factory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순수익이 5%에 그친다는 시계 상품 생산 분야보다, 신발 생산쪽은 조금 더 여유가 있어보이기는 했으나, 자사에서 디자인한 신발을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이름으로 수출하는 OEM기업인 Puibright Shoe Factory측도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의 변화로 생산 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여러모로 중국 정부가 시행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제조회사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준 것이 틀림없는 것 같았다. 현지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최저 임금을 일제히 2배 가까이 인상하고, 현지 노동자의 해고 및 노동력 삭감 기준을 강화하는 등, 이후 상하이 주재 PwC 방문 때 들었던 것처럼,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은 “인간 중심”으로 핵심 방향을 꺾기 시작했다. 이것은 중국 경제의 위상이 높아지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시민의식이 성장하면서 예상되어온,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는 하지만, 중국 시장의 노동 원가 경쟁력에 많은 부분 기대온 기업들에게는 당혹스럽고도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이런 현실에 대항해서, Nam Wah Watch Factory가 추진하고 있는 변화는 매우 적극적이다. 그 핵심에는 노동력의 “양”이 아니라 “질”을 높이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노동 시간이 아니라 작업량에 비례해서 수당을 준다던가, 집으로 일거리를 가지고 가서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home worker” 를 인정하는 등, 단순 작업과 낮은 급여에 불만이 있는 노동자들에게 일에 대한 의욕을 높여주고, 숙련된 노동력은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에 관한 경험이 전무한 나로서는, 시계나 신발과 같은 소비재의 생산과 공급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말로만 듣던 세계의 공장, 중국의 광저우 지역을 직접 찾아가 현지 기업인들에게서 그들의 고충과 경쟁력, 현실 인식과 해결 방안에 대해 듣는 시간은 즐겁고도 생생한 배움의 시간이었다.

 

아시아 금융 시장의 허브인 홍콩과 떠오르는 세계 금융과 무역의 도시 상하이만을 방문했더라면 알지 못 했을, 중국의 또다른 오늘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운 하루. 그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충분히 가치있는 장거리 여행을 한 셈이다. 며칠의 지역 방문으로 그 지역을 다 알았다고 생각하는 식의 오만은 당연히 금물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 다 시작이 있는 것이라면, “중국”과 “중국의 부상”으로 넓게 대변되는 아시아의 경제를 공부하는 첫 시작점으로서, 오늘은 결코 작지 않은 시간인 듯 하다. 이번 여행은 아시아에서 태어난 나에게도 나날이 새롭고 즐거운 배움의 연속이다. 지금 난 역동적인 변화의 중심을 여행하는 즐거움을 흠껏 누리고 있는 중이다.